모더나, 실적을 보면 보이는 것들: 적자, 하지만 견딜 만한 기초 체력
모더나(MRNA)의 2025년 1분기 실적은 표면적으로만 보면 그리 인상적이지 않습니다. 순손실 10억 달러 이상, 매출 약 1억 2천만 달러 수준. 코로나19 백신 매출이 급감하면서 전체 실적도 크게 위축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다소 편향된 시각일 수 있습니다. 우선, 모더나는 여전히 약 130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의 연간 적자 구조가 일정 기간 지속되더라도 버틸 수 있는 충분한 유동성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망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연구개발비(R&D)입니다. 매출보다 많은 수준의 R&D 지출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단기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기술력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물론 기업의 생존만으로 투자 가치가 담보되는 것은 아닙니다. 주식시장은 언제나 “그래서 앞으로 얼마나 벌 건데?”를 묻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보면 PER(주가수익비율)은 의미가 없습니다. 적자 기업이기 때문에 계산 자체가 불가능하죠. 그래서 시장은 다른 지표를 봅니다. EV/EBITDA, P/B 비율, 혹은 R&D 효율성 지수 같은 보조지표들입니다. 현재 모더나의 P/B는 약 2배 수준으로, 경쟁 바이오텍 기업 대비 낮지 않습니다. 이 말은 시장이 “완전히 버린 종목은 아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기대치가 낮아진 지금이 ‘저가 매수’ 관점에서는 전략적 진입 타이밍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숫자들이 미래 기대와 연동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점입니다. 결국 이 기업은 다시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모더나, 임상시험 파이프라인, 가능성과 시간의 경계에 서다
모더나의 임상 파이프라인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2025년 5월 현재 기준으로 약 45개의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며, 그중 상당수가 mRNA 기반 백신과 치료제입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독감(mRNA-1010), RSV(mRNA-1345), 흑색종 백신(mRNA-4157) 등이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임상 3상 또는 후기 2상에 도달해 있습니다. 특히 흑색종 치료 백신(mRNA-4157)은 MSD(머크)와의 협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프로젝트이며, 펨브롤리주맙(키트루다)과 병용 투여 시 생존률 개선 데이터가 긍정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 후보물질은 2025년 말 또는 2026년 상반기 중 FDA 승인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에 따라 주가에 중대한 변곡점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건 단순한 기대가 아닙니다. ‘언제’, ‘어떻게’, ‘얼마만큼’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지의 구체성입니다. 독감 백신(mRNA-1010)의 경우, 이미 임상 3상 데이터를 확보했고, 현재는 미국 FDA와 유럽 EMA에 조건부 승인을 신청한 상태입니다. 만약 하반기 중 승인될 경우, 기존 시장(연간 70억 달러 규모)에 직접 뛰어들 수 있는 구조입니다. 다만 경쟁이 만만치 않습니다. 사노피, GSK, 화이자 등이 이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모더나 제품의 유효성·안전성·가격 경쟁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백신 외에도 희귀 질환 치료제 및 자가면역 질환 후보물질(mRNA-3705 등)도 있지만, 이들은 아직 임상 초기 단계입니다. 결국 모든 걸 걸 수 있는 건 ‘몇 개의 주요 후보물질’이며, 이들의 성패가 기업 전체 가치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 “기술력은 있으나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 동안 버틸 수 있는 자금과 신뢰가 관건”이라는 것이 현 상황의 핵심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모더나의 장점은 기초체력이 탄탄하다에 있는것 같습니다.
모더나, 시장은 여전히 싸늘하다, 그럼에도 용기를 낼때?
모더나에 대한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은 최근 1년간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2021~2022년 당시에는 아크인베스트, 블랙록 등 대형 운용사들이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켰지만, 2023년 이후 많은 기관이 비중을 축소하거나 철수했습니다. 반면, 최근 들어 일부 헬스케어 전문 헤지펀드나 성장형 펀드들이 저점 매수에 나서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보통 단기 실적보다는 중장기 기술 확보 가능성을 본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백신 플랫폼의 확장성(mRNA 기반 항암제, 희귀 질환 치료제, 자가면역 질환 등)은 현재로서는 거의 유일한 기업 경쟁력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대중 투자자(리테일 투자자)들은 여전히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금리 상황에서 바이오처럼 불확실성이 큰 자산은 선호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주가는 이미 저점 대비 어느 정도 바닥권에서 횡보 중이고, 현금 보유량, 기술 파이프라인, FDA 승인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리스크-보상 비율’이 나쁘지 않다는 시각도 다수 존재합니다. 다시 말해 지금은 수익률보다는 '선택지의 시기'라는 겁니다. 확신은 없지만, 외면하기엔 아까운 주식. 그런 점에서 모더나는 ‘기회가 아니라, 판단의 영역’으로 넘어간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종합하면, 모더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데이터와 시간, 그리고 돈을 태우며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침묵이 길어진 지금, 그 조용한 기다림 속에서 투자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누구에게는 '지금 사는 것이 용기'일 수 있고, 누구에게는 '지금 피하는 것이 현명함'일 수 있습니다. 확실한 건, 지금 이 종목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감춰져 있다는 점입니다. 그걸 얼마나 제대로 읽어내느냐가, 결국 당신의 수익률을 결정지을 것입니다. 때로는 모두가 외면할 때 용기를 내는 것이 미래에는 큰 보상으로 다가올 때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