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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팔리지 않는 집, 쌓이는 이유 해결 방법

by talk2434 2025. 6. 13.

미분양 부동산 관련 이미지

미분양, 팔리지 않는 집 이제 특정지역 문제가 아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미분양은 ‘지방 외곽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미분양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 단위에서 광범위하게 누적되고 있는 문제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7만 호를 넘었고, 2025년 상반기에는 8만 호 돌파가 확실시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특히 충남, 경북, 전북 같은 전통적인 공급과잉 지역뿐 아니라, 경기 북부, 인천, 심지어 수도권 일부 택지지구까지 미분양이 번지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질문을 해야 합니다. 왜 이렇게까지 많은 집들이 팔리지 않고 있는 걸까? 공급만 너무 많았던 것일까? 물론 단순한 수급 불균형도 한몫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수요자’가 사라졌다는 점에 있습니다. 단순히 ‘수요가 줄었다’는 게 아니라, 진짜 살 사람, 즉 실수요자가 아예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첫째는 고금리입니다. 대출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계층은 내 집 마련을 미루고, 일정 수준 자산이 있는 계층은 이자 부담보다 더 큰 가격 상승 가능성을 보지 못하니 관망하는 상황입니다. 둘째는 분양가에 대한 불신입니다. 2022~23년 동안의 원자재가 인상, 공사비 상승을 이유로 과도하게 책정된 분양가가 그대로 이어지면서, 수요자 입장에서는 ‘왜 이 가격에 사야 하지?’라는 의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도권 외곽에서 84㎡가 6억 원대에 분양되는 상황은, 인근 구축 아파트와 비교해도 메리트가 부족합니다.

셋째는 정책의 불확실성입니다. 정부가 규제를 풀고 청약제도를 손보겠다는 메시지를 반복하면서도, 실제 제도 변화는 느리고 모호합니다. 그래서 수요자는 “지금 사야 하나, 기다려야 하나”를 판단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고, 이로 인해 분양 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미분양은 공급자의 문제가 아니라, 수요자가 철수한 시장의 반응인 것입니다. 이 구조가 고쳐지지 않으면, 단순히 공급량을 줄인다고 해서 해결되진 않습니다.

 

미분양, 쌓이는 이유

요즘 분양 현장을 가보면 묘한 온도차를 느낄 수 있습니다. 청약 경쟁률은 1순위 마감으로 보이는데, 막상 계약률은 저조하고, 시간이 지나면 '잔여 세대 접수 중'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립니다. 이런 상황은 과거엔 드물었지만 지금은 흔합니다. ‘청약은 흥행, 실거래는 실패’라는 이중적인 흐름이 현실이 된 것입니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바로 **‘진짜 살 생각 없는 청약 수요’**가 존재합니다.

청약을 넣는 이유가 더 이상 실거주 목적만이 아닙니다. 일부는 시장 동향을 보기 위한 심리적 진입, 일부는 전매차익을 노리는 기대감, 또 일부는 추후 양도차익을 바라는 단기 판단입니다. 이런 수요가 많아지면 청약 경쟁률은 올라가지만, 계약까지 이어지지 않는 괴리가 생깁니다. 이런 괴리가 반복되면 어떻게 될까요? 공급자는 '분양 성공'이라고 발표하지만, 실제론 수많은 잔여세대가 누적되고, 미계약 재공급이 반복되며, 지역 전체의 분양 시장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타격을 입는 건 중소형 건설사들입니다. 대형사는 자금력으로 버틸 수 있고, 자체 분양마케팅으로 실수요자 접근도 가능하지만, 지방 또는 수도권 외곽에서 진행되는 중소 건설사의 분양 단지들은 계약률이 40~50%도 안 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금융기관의 PF 대출 회수가 지연되고, 건설사 부도, 프로젝트 중단, 입주 연기까지 이어지는 연쇄 반응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흐름은 소형 평형 분양 단지의 피로도 증가입니다. 2021~22년에는 소형 아파트가 희소성이 있어 선호받았지만, 지금은 전용 59㎡ 이하 평형이 지나치게 많아졌고, 동일 생활권 내에서 유사한 제품이 반복되다 보니 수요자 입장에선 더 이상 '희소가치'를 느끼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 단지 규모가 작고, 브랜드 인지도가 낮으며, 교통 접근성이 애매한 곳은 이런 흐름에서 가장 먼저 외면받습니다. 결국 지금의 미분양 증가는 단순한 공급 과잉이 아니라, ‘수요자가 매력을 느끼지 않는 상품이 공급된 결과’라는 점에서 훨씬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미분양, 해결 방법은 있는가

그렇다면 미분양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까요? 일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공급이 멈추면 수요가 채워지겠지’라는 단순한 수요·공급 논리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실수요의 가격 저항선은 여전히 강하고, 분양가에 대한 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공급이 줄어든다고 해도 자동으로 거래가 회복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수요자는 더 냉정해지고, 주거비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 시장에 남게 되는 양극화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순한 분양물량 축소가 아니라, 공급상품의 ‘질 개선’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가격을 낮추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수요자들이 가격 대비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먼저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동일한 평형이라도 조망, 조경, 커뮤니티, 층고, 단지 설계 등이 다르면 체감 가치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지금의 수요자는 그 정도의 안목을 갖고 있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됩니다.

또한 지방 및 수도권 외곽 미분양 지역에 대한 선별적 구조조정도 필요합니다. 모든 지역을 살릴 수는 없습니다. 입지 경쟁력이 없는 지역은 과감히 공급을 중단하고, 생활권을 재구조화해야 하며, 장기공공임대 전환 등 현실적인 선택지도 논의돼야 합니다. 단지 ‘분양을 성공시키기 위한 미봉책’이 아니라, 도시와 주택시장을 전반적으로 정리하는 근본적 리디자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국 미분양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시장이 어떤 주택을 원하지 않는지’에 대한 응답이며, 이 신호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면 공급자는 더 많은 손실을 감당해야 합니다. 반면, 이 구조를 정확히 읽고 대응하는 사람은 오히려 시장의 밑바닥에서 가장 유리한 진입 타이밍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미분양이란 단어 뒤에 숨겨진 구조적 진단이 필요한 지금, 우리는 더 예리한 눈으로 시장을 바라봐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