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계획이 탄탄한가요?
집을 산다는 건 단순한 ‘계약’이 아니라, 향후 수년간의 재정 계획과 생활 방식을 통째로 바꾸는 결정입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건 ‘지금 내가 이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인가’입니다. 단순히 은행에서 대출이 얼마나 나오는지를 따지기보다는, 실제로 매달 상환 가능한 금액이 얼마인지, 이 금액이 전체 월 소득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계산해봐야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월 소득의 30~4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면 생활이 빠듯해지기 쉽습니다. 특히 금리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는, 변동금리 선택 시 향후 인상 리스크도 염두에 둬야 하며, 장기 고정금리로 선택하더라도 초기에 부담이 꽤 큽니다. 여기에 전세금 반환이나 이사 비용, 취득세, 수리비, 중도금 이자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추가 지출도 많습니다. 생애최초 구입자라면 정부의 대출 지원이나 LTV 우대, 취득세 감면 같은 혜택을 적극 활용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소득 요건이나 부부 합산 자산 기준 등 복잡한 조건을 만족해야 받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지금이 바닥인 것 같다’는 이유로 섣불리 매수하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현금 흐름이 막히는 순간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집을 산 이후에도 생활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최소 6개월 이상 비상자금이 남아 있는 상태여야 하며, 대출 원리금과 고정 지출, 생활비, 불규칙한 비용까지 모두 반영한 재무 시뮬레이션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부동산 상담을 하다 보면, 시세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느냐’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타이밍은 시장이 아니라 자금 흐름이 말해줍니다.
거주의 목적이 분명한가요?
집을 사기로 마음먹었다면, ‘왜 사려는가’에 대한 질문이 가장 먼저 정리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전세 기간이 끝나서, 또는 주변 사람들이 사니까 따라가는 건 매수의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실수요자라면 특히 더 그렇습니다. 이 집이 나와 가족이 3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지, 생활 반경과 직장, 자녀 교육 환경 등이 얼마나 잘 맞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우선입니다. 반대로 투자 목적으로 사려는 경우라면 전세 수요, 임대 수익률, 향후 환금성 등 다른 관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실수요와 투자의 경계는 생각보다 모호합니다. ‘실거주를 겸한 투자’라고 말하는 분들도 많지만, 결국 거주의 실질 목적 없이 미래 시세 차익만을 기대하고 사는 경우, 시장이 조정기에 들어서면 불안감이 급격히 커지게 됩니다. 실제로 지금 시장은 과거처럼 전국적으로 집값이 일제히 오르기보다는 지역별·단지별로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확신 없는 매수는 추후 후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학군이나 통학 여건, 교통망 같은 요소는 단순한 입지 평가를 넘어 실생활 전반에 영향을 줍니다. 또, 혼자 사는 1인 가구라면 주변 생활 인프라, 안전, 직장 접근성을 더 민감하게 따져야 하죠. 이렇게 명확한 ‘거주의 이유’가 없는 상태에서 단지 시세 저점에 맞춰 들어가면, 실거주 만족도가 떨어지고, 매도 타이밍에서도 우왕좌왕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 동네에 살아보고 싶었다’, ‘출퇴근 시간이 줄어든다’, ‘아이를 위해서 이사하고 싶다’는 식의 분명한 이유가 있을 때 비로소 집값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구매 결정이 가능해집니다.
입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한가요?
집을 살 때 가격만 보고 접근하는 분들이 많지만, 실거주 목적이라면 입지 조건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하더라도 내가 살아야 할 공간이기 때문에 생활 편의성과 거주 만족도를 좌우하는 입지 조건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은 직장과의 거리입니다. 출퇴근이 불편하면 결국 그 집에 오래 머무르기 어렵고, 이사 시점이 빨라지면 비용 손실도 발생합니다. 그다음은 교통 인프라입니다. 도보 10분 내에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이 있는지, 차량으로 주요 도심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살펴야 합니다. 자녀가 있는 경우엔 학군이 빠질 수 없습니다. 인근 초·중·고의 평판이나 진학률, 배정 가능성까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며, 해당 지역에 신설학교 계획이 있는지도 체크해야 합니다. 더불어 병원, 대형마트, 공원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시설들이 주변에 위치해 있는지도 입지 판단의 핵심 요소입니다. 간혹 투자 수익만을 보고 외곽의 저렴한 지역에 집을 사는 경우가 있는데, 실거주 만족도가 낮으면 결국 다시 매도나 이사를 고민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손해를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해당 지역의 중장기 개발 계획입니다. 교통 개선, 역세권 개발, 복합시설 조성 같은 공공계획이 예정된 지역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승인도 안 된 호재에만 의존한 판단은 위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진행 단계와 구체적인 일정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입지를 판단할 때는 ‘내가 앞으로 최소 3년 이상 이 지역에 머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확신을 가지고 답할 수 있어야 매수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