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왜 생기기 시작했나
오늘은 빌라에 대해서 써보려고 합니다.
빌라에 대한 이미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부정적인 색이 짙었습니다.
“가격은 싸지만 환금성은 떨어진다”, “아파트처럼 오르지 않는다”, “재개발이 되기는커녕 영원히 가지고 가야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실제로 2000년대 중후반에는 수도권 외곽이나 서울 저밀도 주거지역에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던 3~5층짜리 다세대·다가구 주택들은 그 시점에 전세 수요를 흡수하며 한때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노후화가 진행되고, 아파트 시장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며 점점 외면받게 되었습니다.
특히 주차장이 없거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저층 빌라의 경우 젊은 세대의 선택지에서 외면받게 되고, 자녀를 키우는 가족 구성원들도 층간소음이나 방음 문제 때문에 피하는 경향이 매우 강해졌습니다.
하지만 요즘 다시 빌라에 대한 관심이 일부 회복되는 조짐도 보입니다. 이유는 아파트 가격이 너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당첨은 생각도 못하고 통장만 묵혀두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고,
전세 제도도 더 이상 안정적인 주거 수단이 아니게 되자, 매매를 고려하는 실수요자들이 눈을 돌리는 대상이 바로 '소형 신축 빌라'입니다. 물론 모든 빌라가 대안이 될 수 있는 건 또 아닙니다.
입지, 연식, 구조, 세대 수, 주차, 가격 여부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빌라 시장은 ‘싸다’는 이유 하나로 접근했다가 손해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실거주 목적 또는 투자목적을 가지고 빌라를 고민하고 계시다면, 빌라에 대한 무조건적인 기피도, 무분별한 낙관도 아닌 ‘균형 잡힌 시선’입니다. 좋은 안목을 키울 수 있는 눈이 생기게끔 공부가 필요하겠습니다.
빌라는 안좋기만 한 물건인가
빌라라고 해서 다 같은 빌라는 아닙니다. 시장에서 움직이는 물건을 살펴보면 뚜렷한 양극화가 분명히 있습니다.
하나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지어진 신축 혹은 신축급 리모델링 빌라이며, 다른 하나는 20년 이상 된 구축 빌라입니다.
신축 빌라는 대체로 외관도 깔끔하고, 내부 마감재와 구조 등 아파트 수준까지 끌어올린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실거주자들로부터 어느 정도 수요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특히 엘리베이터가 있는 5층 빌라, 세대당 주차장 확보가 되어 있는 곳은 입주 전부터 선호도가 높고, 전세 수요도 꾸준히 있는 편입니다.
반면, 구축 빌라는 상황이 다릅니다. 2000년대 초반에 지어진 빌라 중 상당수는 주차 공간이 전혀 없거나, 슬래브 구조로 층간소음이 심하고, 단열이 취약한 경우도 많습니다. 일부는 옥탑 불법 증축 문제나, 지분 쪼개기 분양으로, 등기상 권리관계가 복잡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구축 빌라는 감가가 심하며, 실거주자보다 매수 후 임대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들이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투자 목적의 빌라 매입 후 세대를 분리하는 리모델링을 통해 월세 수익을 창출하려는 사례도 있지만, 전세가 하락과 함께 수익률도 크게 떨어졌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수익률이 67%를 기대했던 지역이 지금은 3~4%대도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 많고, 그나마도 공실 리스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빌라 시장이 안정적 수익처로 기능하려면, 최소한 입지적 메리트나 인프라 접근성, 향후 개발 가능성 등 미래가치를 갖춘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임대수익을 위한 투자로 본다고 한다면 조금의 리스크는 덜 하겠습니다.
임대투자를 하다 향후 10~20년뒤 뜻하지 않은 재개발 호재를 불러올 가능성도 낮지는 않습니다.
빌라 투자로는 어떨까
많은 분들이 빌라 이야기를 할 때 빠뜨리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지역별 편차’입니다.
빌라는 아파트처럼 전국적으로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장이 절대 아닙니다.
심지어 같은 구 안에서도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가격이 다르고, 미래 가치도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의 1·2종 일반주거지역 안에서 소규모 저층 주택들이 밀집해 있고, 일부 구역이 해제 예정지나 정비구역 검토 대상일 경우 장기적으로 재개발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최근엔 정비사업 지정 요건이 좀 까다로워지고, 주민 동의율 확보도 쉽지 않아 사업 추진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이 전부 멈춘 건 아닙니다.
실제로 도봉구, 강북구, 관악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빌라 밀집 지역 중심으로 소규모 정비사업이 조용히 추진되고 있고,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나 인센티브 정책이 뒤따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서울에서는 그린벨트 해제보다는 기존 시가지 내에서의 재정비 방식이 중심이 되는 만큼, 오래된 빌라 지역이 오히려 장기적 관점에서 저점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또한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추세는 빌라 수요를 유지시키는 숨은 요인이기도 합니다.
젊은 세대나 노년층이 꼭 아파트가 아니라, 가격 부담이 낮고 관리비가 저렴한 소형 주택을 찾는 경우는 적지 않습니다.
물론 이들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단지 구조나 관리 체계, 안전성 등이 확보되어야 하지겠지만,
빌라는 여전히 어렵고 복잡한 시장이면서도 미래의 투자처로 매력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세밀하게 살펴볼 가치가 있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판단 기준을 단순히 ‘아파트보다 싸니까’가 아니라, ‘이 빌라가 어떤 지역, 어떤 조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로 관점을 돌려보면
상당히 매력있는 투자처로 바뀔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