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재개발이 어려웠던 이유
오늘은 은평구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합니다.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지역 중 하나가 바로 은평구입니다. 강북권 최서단에 위치하면서 교통과 개발에서 강서·강동·노원에 비해 항상 한 발씩 늦었던 동네. 특히 불광동·응암동·신사동 일대는 ‘개발이 어려운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이유는 좁은 골목길과 2~3층짜리 저층 주택이 빼곡히 들어선 밀집 지역으로, 일반적인 정비구역 지정 방식으로는 면적 기준이나 도로 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낙후도가 낮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응암동 일대는 1980~90년대에 건축된 연립·다가구 주택이 주를 이루고 있고, 노후화율은 은평구 내에서도 가장 높은 편에 속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비사업은 사실상 정체되어 있었습니다. 주민 동의율 확보가 어렵고, 사업성도 크지 않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기존 재개발 방식은 구역별로 진행되어야 했기 때문에 소규모 필지들이 모여 있는 응암·불광·신사동처럼 구역을 크게 묶기 어려운 곳들에겐 오히려 독이 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이 지역이 2022년 이후 완전히 다른 기류를 타기 시작합니다. 서울시가 기존의 ‘큰 구역 지정, 대규모 이주’ 중심의 재개발에서 벗어나, 소규모 저층 주거지를 묶어 정비하는 ‘모아타운’ 모델을 도입하면서 상황이 바뀐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아타운의 대표 파일럿 지역이 바로 은평구 불광·응암·신사동 일대였습니다. 전면 재개발은 어렵지만, 최소한의 기반시설(진입도로, 골목 확장, 공공시설 확보)을 조건으로 5~10개 필지를 묶는 새로운 방식이 현실화되면서, 은평구는 갑자기 재개발 2.0의 테스트베드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은평구 재개발, 모아타운은 무엇인가
‘모아타운’이라는 말은 이제 부동산 뉴스를 조금만 찾아봐도 익숙해진 단어가 됐습니다. 하지만 실체를 정확히 이해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모아타운은 기존의 전면철거형 재개발과 달리, 저층 노후주택지에서 일정 블록 단위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정비계획을 세우고, 도시 기반시설은 공공이 함께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즉, ‘공공참여형 소규모 재개발’이라고 볼 수 있죠.
서울시는 2022년부터 모아타운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그중에서도 은평구가 가장 많은 구역을 포함한 자치구가 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불광1동 모아타운, 응암1동 모아타운, 신사2동 모아타운 등이 1차 지정되었으며, 현재는 2차 후보지까지 포함해 총 8개 이상 구역이 모아타운 검토 대상에 올라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은평구는 전체 필지 면적이 작고, 노후주택 밀집률이 높고, 기반시설이 부족한 반면, 생활 인프라는 꽤 잘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불광역, 역촌역, 연신내역 등 3개 지하철역이 반경 2km 이내에 있고, 대형 병원, 전통시장, 은평구청, 대형마트 등도 인접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인프라는 있지만 주거의 질이 낮았던 곳이고, 이는 곧 재개발 시 ‘삶의 질 향상’ 효과가 명확한 지역이라는 뜻입니다.
서울시는 이런 지역을 집중 육성해 ‘지속 가능한 동네 만들기’ 전략을 실험하고 있고, 은평구는 그 최전선에 있는 셈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모아타운은 일반 재개발보다 속도가 빠르다는 점입니다. 공공참여가 들어가고, 구역지정 대신 블록 단위 협의체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초기 계획 수립부터 행정 절차까지의 시간이 2~3년 단축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은평구 재개발, 불광 응암 신사동 이 지역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2025년 현재 은평구 불광·응암·신사동 일대는 아직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지 않습니다. 이미 개발된 응암뉴타운 일부 단지를 제외하면 대부분 저층 단독주택, 연립주택, 다세대가 혼재된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이 지역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눈에 잘 안 띄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동시에 기회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재개발이 본격화되면 ‘없던 신축 브랜드 아파트’가 처음 생기는 구역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이 가장 큰 투자 포인트입니다. 예를 들어, 불광1동 모아타운의 경우,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GS건설, 롯데, 현대엔지니어링 등과의 비공식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500세대 내외 규모의 블록형 재개발이 복수개로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은평구의 한가운데에 중소형 브랜드 아파트 단지가 다수 생기는 최초의 시기가 열리는 것입니다.
여기에 향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D) 추가 정차 논의, 연신내역 복합환승센터 개발, 은평뉴타운 확장 계획 등이 더해지면, 지금의 저평가 구간이 완전히 다른 가격대를 형성하게 될 가능성도 큽니다. 현재 이 지역의 구축 연립 매매가는 2억 중후반~3억 초반 수준이지만, 정비사업 확정 이후에는 입주권 기준 5억 이상, 일반분양가 6~7억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불광·응암·신사동은 단기 수익보다도 ‘최초의 변화가 일어나는 지역’에 대한 중장기 전략 투자로 접근해야 할 곳입니다. 도시의 판이 바뀌는 곳은 언제나 조용하게 시작됩니다. 그리고 지금 은평구 골목길 곳곳에서, 그 조용한 움직임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