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시설은 왜 계속 공격받는가 – 단순한 핵무기 문제가 아니다
2025년 6월, 또다시 이란의 주요 핵시설이 정체불명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는 뉴스가 보도됐습니다. 이는 지난 10여 년 동안 반복되어온 이란 핵시설에 대한 일련의 '그림자 전쟁' 중 하나로 해석됩니다. 겉으로는 핵무기 개발 억제라는 명분이지만, 실상은 훨씬 복잡합니다. 이란의 핵개발은 2000년대 초반부터 서방과 이스라엘의 주된 우려 대상이었고, 특히 이란이 농축우라늄 농도를 60% 이상으로 높이기 시작하면서 그 긴장은 임계점을 넘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를 단순한 핵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핵무기 제조를 위한 결정적 수순”으로 보고 선제 타격을 주저하지 않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단지 '무기'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란의 핵개발은 중동 내에서의 전략적 지위를 강화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및 걸프 국가들과의 균형을 맞추려는 계산이 담겨 있습니다. 이는 곧 지역 안보의 패러다임을 흔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이란의 핵보유 가능성 자체가 자국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며, 따라서 군사적 수단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입니다. 지난 수년 간 이란의 나탄즈, 포르도, 이스파한 등 핵시설이 공격을 받은 사건들은 대부분 사이버 해킹, 내부 협력자, 드론 정찰을 동반한 정밀 타격으로 이뤄졌습니다.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이스라엘이 책임을 인정한 적은 없지만, 전 세계 누구나 이 ‘보이지 않는 전쟁의 주체’를 짐작하고 있습니다.
이란 vs 이스라엘 – 중동 분쟁의 가장 복잡한 축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은 핵문제 하나로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이는 종교, 이념, 외교 전략이 복잡하게 얽힌 근본적인 대립입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슬람 시아파의 종주국을 자처해왔고,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헤즈볼라, 하마스 등 무장 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반이스라엘' 전선을 넓혀왔습니다. 반면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국으로서, 이란의 세력 확장을 위협으로 인식하고 이를 봉쇄하기 위한 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쳐왔습니다. 여기엔 군사행동은 물론 정보전, 경제 제재, 외교 고립 등의 수단이 동원됩니다.
이 갈등이 더욱 복잡한 이유는 ‘직접적인 충돌’이 아닌 ‘대리전(proxy war)’ 형태로 지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멘,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등에서 벌어지는 무장 충돌의 이면에는 언제나 이란과 이스라엘, 또는 이란과 사우디의 대립 구도가 숨어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이란이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정밀 타격 드론 기술을 지역 내 우방 세력에 공급하며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고, 이스라엘은 이를 막기 위한 공습과 공작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번 핵시설 공격 역시, 그런 긴장의 연장선상에서 읽히고 있습니다. 핵이라는 키워드는 그저 촉매제일 뿐, 그 아래 깔려 있는 것은 중동의 헤게모니 전쟁이며, 그 본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국제사회는 왜 조용한가 – '중동의 질서'가 말라붙은 이유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이 벌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져도, 국제사회는 이전처럼 분노하지 않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긴급 회의를 소집하지도 않고, 미국이나 유럽도 형식적인 논평 외에는 별다른 제재를 논의하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중동의 지정학적 균형이 이미 ‘이란을 견제하는 쪽에 암묵적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이란 핵합의(JCPOA) 복귀를 명분으로 내세우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이란의 경제 고립과 군사적 압박을 용인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을 자제하는 방향으로 돌아섰습니다. 유럽 역시 에너지 안보와 이란의 인권 문제에 집중하며 핵 문제에 대한 관심에서 다소 멀어진 상태입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경쟁이라는 글로벌 이슈들이 중동 이슈를 '2순위'로 밀어낸 것도 큰 이유입니다. 이란 핵시설 공격은 분명 국제법적 관점에서 도발일 수 있지만, 많은 국가들은 그것을 오히려 ‘필요한 견제’로 해석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걸프 국가들은 겉으로는 중립을 표방하면서도, 이란의 핵 보유를 꺼려하는 입장입니다. 이는 향후 중동 내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며,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도 자체 핵 개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이란 핵시설 공격은 단순한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세계 질서 속에서 점점 고립되어 가는 중동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핵과 전쟁 사이, 평화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