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문제는 입지가 아니다
인천은 한때 ‘대체 주거지’로 주목받으며 서울과 경기 외곽을 대체할 핵심 지역으로 거론된 적이 있습니다. 특히 2020~2021년 급등기에는 송도, 청라, 검단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실거래가가 급등하며 신도시 프리미엄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GTX-B노선, 인천 1·2호선 연장, 인천발 KTX 등 대형 교통 인프라 발표가 쏟아지며 투자 수요도 집중됐습니다. 그런데 2023년 하반기 이후,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송도마저 신고가를 경신하지 못하고, 검단은 전세가 하락과 미분양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실거래가는 하락했고, 거래량은 반 토막 이상 줄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금리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과도한 기대’와 ‘수요의 얕은 기반’**이 맞물렸기 때문입니다. 인천은 분명 교통 호재가 많고, 새 아파트도 많지만, 문제는 수요가 받쳐주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서울처럼 ‘거주해야 할 이유’가 명확하지 않고, 경기 동남권처럼 자족형 산업지 기반이 약하다 보니 실수요는 늘 한정돼 있었습니다. 반면 공급은 많았습니다. 검단신도시는 7만 세대 이상, 송도 역시 2만 세대 이상이 동시 입주했거나 입주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처럼 공급 속도가 수요보다 빠른 시장에서는, 호재가 있어도 가격을 끌어올리기 어렵습니다. 결국 교통이 좋아진다고 해도 ‘서울 출퇴근을 위한 베드타운’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가격은 제한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천, 수요층의 얇음
부동산 시장에서 입지는 언제나 중요한 기준입니다. 그런데 인천은 ‘입지’만 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송도는 국제업무지구로 조성되어 상징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했고, 청라·영종은 공항 접근성과 물류 중심 기능을 갖췄습니다. 게다가 검단신도시는 김포보다 서울 접근성이 떨어지지 않음에도 더 저렴한 가격대로 설정되어 있어 가격 메리트까지 갖췄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정체되거나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건 결국 입지가 아니라, 실제로 이 지역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수요층이 얇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30대 맞벌이 부부가 내 집 마련을 고려할 때, ‘출퇴근 거리 + 자녀 교육 + 생활편의시설’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그런데 송도나 검단은 교통망이 확장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출근 시간 기준으로 서울 도심까지 1시간 이상 소요되고, 중간 환승과 교통비 부담도 크며, 자녀 교육 인프라나 병원 등 필수 서비스가 아직 완비되지 않았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결국 선택할 이유가 부족한 지역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또한 전통적으로 인천은 **‘전세가율이 낮은 지역’**으로 분류됩니다. 이는 실거주 수요보다는 투자자들이 많이 들어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2022~2023년 고금리 시기에는 투자 수요가 급감했고, 남은 건 미분양과 공실, 그리고 하락한 실거래 가뿐이었습니다. 서울과 달리 자산으로서의 버팀목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이런 순환이 반복되기 쉬우며, 인천이 지금 그런 흐름에 갇혀 있는 상태라 볼 수 있습니다. 요약하면, 인천의 집값이 오르지 않는 건 ‘좋은 지역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살 사람, 사고 싶은 사람’이 늘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인천, 회복 가능성
그렇다면 인천 집값은 앞으로도 계속 이대로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시장은 항상 순환하며, 어느 시점에서는 바닥을 치고 회복세로 돌아서는 법입니다. 다만 인천의 경우에는 회복을 위한 전제 조건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우선 가장 큰 건 ‘자족성 확보’입니다. 지금까지 인천은 대부분의 지역이 ‘서울로 출퇴근하는 도시’로 기능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수도권 전반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지금,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운 모델입니다. 즉, 인천 안에서 고용이 발생하고, 인천에서 소비가 돌고, 인천에서 아이를 키우는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송도는 바이오클러스터와 국제업무단지를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일자리 수요는 서울 종로 한 블록만큼도 못 미칩니다. 청라 역시 금융특구를 표방하지만 실제 입주한 기업 수는 많지 않습니다. 검단은 말할 것도 없고요. 교통 개선도 문제입니다. GTX-B노선, 인천 1·2호선 연장, 김포골드라인 등 다양한 계획이 발표되고 있지만, 현실은 아직 기약 없는 착공 연기와 지연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시장은 기대보다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바닥 구간에서 매수할 수 있는 유일한 수도권 대도시라는 점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입지에 비해 가격은 낮고, 공급은 점차 마무리 단계로 가고 있으며, 실수요를 중심으로 천천히 매수세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도 보입니다. 결국 인천은 지금 반등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지만, 그 타이밍을 놓치면 다시 수년간 긴 정체기에 빠질 수도 있는, 매우 예민한 균형 지점에 서 있는 도시입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보고, 더 많이 분석하고, 더 길게 보아야 하는 시장이 바로 인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