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집 살때 불안, 분위기, 감정이 아닌 계산을하자

by talk2434 2025. 6. 15.

부동산 관련 이미지

집 살 때 불안이 만드는 행동: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심리의 구조

집을 사려는 사람들, 특히 첫 집 마련을 고민하는 이들과 상담하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안 사면 나중엔 더 못 살 것 같아서요.” 이 말은 얼핏 들으면 합리적인 걱정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실제 가격이나 시장 상황보다 ‘불안’이라는 감정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는 단서입니다. 집값이라는 건 결국 숫자지만, 그 숫자를 해석하고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는 철저하게 감정이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잊곤 합니다.

불안은 강력한 에너지원입니다. 집값이 오른다는 뉴스, 주변 지인이 얼마에 매입해서 지금 몇 억이 올랐다는 이야기, 청약 경쟁률이 수십 대 일을 기록했다는 기사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이번에 놓치면 정말 끝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게 됩니다. 이때의 행동은 ‘기회 포착’이 아니라 사실상 위기 회피입니다. 즉, ‘뭔가 잘 될 것 같아서’가 아니라, ‘안 하면 망할 것 같아서’ 매수를 선택하는 심리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손실 회피 성향(loss aversion)이라고 합니다. 이 성향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익을 얻기보다는 손해를 피하려는 방향으로 더 강하게 작동하게 만듭니다.

이 심리는 특히 집값 상승 초입이나 조정기 이후 시장이 다시 반등할 조짐을 보일 때 더 극대화됩니다. 이미 가격이 어느 정도 오른 상태라면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지만, 오히려 많은 사람들은 그때 더 서둘러 움직입니다. “이제 진짜 올라갈 것 같으니 나도 지금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은 분석이 아니라 감정의 파동입니다. 특히 자녀가 있거나, 특정 학군·출퇴근 거리·신축 여부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실수요자의 경우, 불안은 일종의 실행 트리거로 작동합니다. 계획보다 앞당겨 계약을 체결하거나, 원래 예산보다 더 높은 가격에도 ‘그래도 여기니까’라는 이유로 결정을 내리는 일이 흔합니다.

이런 불안은 한편으로는 시장을 움직이는 강력한 동력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전문가의 조언보다 지인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고, 수치보다 감각에 의존하게 되며, 그 순간의 압박감 속에서 장기적인 재정 계획이 흐려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집을 살 때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만으로도, 한 번 더 숨을 고르고 객관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게 됩니다.

 

분위기 – ‘남들도 산다’는 말의 위험성

집을 사고파는 일에는 수많은 정보가 작용합니다. 공시가, 실거래가, 금리, 공급 계획, 정부 정책, 미래 개발 계획 등 다양한 수치와 사실들이 존재하지만, 사람들은 종종 이런 정보를 넘어서는 ‘분위기’에 의해 더 크게 움직입니다. 누군가 “지금 다들 사고 있어”라는 말을 하면, 진짜로 시장에 들어갈 명분이 생긴 것처럼 느껴지고, “주변 사람들도 다 들어갔다”는 말 한마디가 결정적 구매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때 중요한 건 그 '남들'이 누구냐는 점입니다. 지인이 실제 수익을 낸 경험, 투자 커뮤니티에서의 활발한 후기, 유튜브에서 반복되는 ‘지금은 기회’라는 자극적인 콘텐츠까지. 이 모두가 사실은 굉장히 제한된 표본일 수 있음에도, 우리는 그것을 전체 시장의 흐름으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이른바 ‘사회적 증거(social proof)’에 따른 행동이죠. 이 심리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강력하게 작용하며, 시장의 냉정한 흐름보다 빠르게, 그리고 대중적으로 확산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 의존형 판단은 리스크도 큽니다. 그들이 산 시점과 현재의 시점이 다를 수 있고,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재정 수준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도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집값은 지역, 면적, 연식, 학군, 교통 등 복합적인 요소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단순히 “다들 이 동네 산다더라”는 이유 하나로 따라가기에는 너무 많은 정보가 생략된 판단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분위기에는 언제나 지연된 반응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뒤에야 뉴스에 오르고, 포털 메인에 떠오르고, 지인 대화에 오르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엔 이미 ‘남들’은 다 들어간 뒤일 수 있고, 오히려 이제는 조정이나 피로감이 누적될 시기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분위기’는 참고할 수 있어도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분위기 대신 수치, 유동성, 공급-수요 비율 등 구체적인 지표를 들여다보는 습관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감정이 아닌 계산으로 돌아가는 지점

불안, 분위기, 주변인의 조언, 상승장 분위기까지. 이런 모든 외부 요소들이 결국 집을 사는 결정의 ‘촉진제’ 역할을 하긴 하지만, 그 결정이 성공적이었는지 아닌지를 가르는 기준은 결국 한 가지입니다. 나의 재정 상태에 맞았는가입니다. 아무리 좋은 입지, 완벽한 학군, 개발호재가 많은 지역이라고 해도, 그것을 감당하지 못할 수준에서 매수했다면 그 결정은 오래 버티기 힘든 구조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지점은, ‘좋은 집은 언제든 비싸게 팔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그러나 시장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특정 지역이 잠시 오르더라도 그 반등이 유지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게다가 내가 팔고 싶은 시기와 시장이 원하는 타이밍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합니다. 집은 자산이지만,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이며, 거래 시점과 조건이 제한적이라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건 ‘얼마에 살 수 있느냐’보다 ‘얼마를 감당할 수 있느냐’입니다. 매달의 이자 부담, 취득세, 보유세, 향후 유지비, 수리비까지 모든 수치를 따져보고, 그게 현재의 나에게 지속 가능하고 위기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구조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감정이 아닌 계산으로 돌아오는 지점이며, 진짜로 안정적인 매수 결정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준입니다.

결국 ‘좋은 집’이란 시장에서의 호재가 많은 집이 아니라, 내가 끝까지 감당할 수 있는 집입니다. 수익률도 중요하고, 미래가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이 집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지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불안이 아니라 계산이, 분위기가 아니라 구조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부터 우리는 비로소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삶을 설계하는 것으로 바꿔나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