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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정비사업 실효성, 분당, 일산

by talk2434 2025.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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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정비사업 실효성

2023년 말부터 2024년 초까지, 부동산 시장은 '1기 신도시 특별법'이라는 단어에 들썩였습니다. 정비사업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20년을 기다린 변화였고, 거주민들 입장에서는 처음으로 '우리 아파트가 진짜 바뀔 수 있다'는 실감이 들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2024년 3월, 1기 신도시 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국회에 상정했고, 여야 공방 끝에 일부 조항이 후퇴된 채로 ‘계획 수립 및 정비계획 우선 권한 부여’ 수준으로 통과됐습니다. 명확한 수치나 예산이 담기지 않았고, 재건축 연한 단축도 빠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이 주는 상징성과 정책적 신호는 매우 강력합니다.

핵심은 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 등 1기 신도시 다섯 곳에 대해 국가 차원의 마스터플랜을 우선 수립하고, 교통·주거·생활인프라까지 통합 설계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는 기존의 단순 재건축이나 구역 지정 방식과는 다릅니다. 특히 분당과 일산처럼 대규모 택지로 조성되었고, 기반시설이 체계적으로 갖춰진 지역의 경우, 이러한 계획 중심형 정비는 오히려 민간 단독 추진보다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실제 법안에는 이주 대책, 정비 시점, 용적률 상향 한도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빠져 있고, 예산 지원 항목도 추후 지자체·정부 협의로 남겨져 있어, 주민들이 기대하는 ‘즉각적인 변화’는 사실상 어렵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현재는 “계획 수립의 문이 열렸을 뿐, 실행 단계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게 냉정한 진단입니다. 그래서 지금 이 시점은 기대만큼이나 현실적인 로드맵을 점검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1기 신도시 분당, 자존심과 한계사이

분당은 1기 신도시 중에서도 가장 높은 자존심을 가진 지역입니다. 성남시 분당구는 1990년대 초, 서울 강남의 주거 수요 분산을 목표로 탄생했고, 판교와 이어지는 첨단 산업·업무 벨트와의 연결성이 강해, 사실상 강남권의 ‘확장된 고급 주거지’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1년까지는 분당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3기 신도시 일부보다도 높았고, 정자동·수내동·서현동 등은 실거주 선호도가 매우 높은 지역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입니다. 지금의 분당은 대부분 준공 30년을 넘긴 아파트들로 구성되어 있고, 시설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예컨대, 정자동 한솔마을 아파트, 구미동 무지개마을 단지, 서현동 시범단지 등은 모두 1992~1995년 입주 단지들로, 배관·단열·주차장 구조 등에서 전면 리모델링 또는 재건축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분당은 고도 제한, 기반시설 문제, 교통체계 유지 등에서 민감한 지역이라, 단독 재건축 추진이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특유의 주민 간 재산권 이견, “너무 일찍 손대면 손해 본다”는 시각도 존재해, 사실상 내부 컨센서스 형성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성남시와 LH, 국토부 간의 합동 TF 회의가 이어지고 있고, 국토부가 2025년 상반기까지 ‘분당 마스터플랜’ 초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히면서 흐름이 바뀌고 있습니다. 만약 이 마스터플랜에 용적률 상향, 지구단위계획 유연화, 기반시설 교체 방안 등이 담긴다면, 2026년부터는 실제 정비사업이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분당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시작되기 직전의 단계에 와 있는 셈입니다.

 

1기 신도시 일산, 절박함과 기회

분당이 자존심의 도시라면, 일산은 현실에 더 가까운 동네입니다. 고양시 일산서구·일산동구는 실제 주거환경과 커뮤니티 품질은 분당 못지않지만, 시장에서는 늘 ‘가성비 대체지’로 언급되곤 합니다. 하지만 정비사업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일산이 훨씬 더 준비되어 있는 지역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일산은 전체적으로 평지에 정형화된 도로망과 단지 배치를 갖추고 있고, 재건축 단지들이 거의 일제히 1990년대 초반 입주라 사업 연한에 대한 논란도 거의 없습니다.

가장 앞서가는 구역은 일산동구 마두동, 백석동, 장항동 일대입니다. 이 지역은 이미 주민 협의체가 구성돼 있고, 일부 단지는 정비계획 수립 TF까지 마쳤습니다. 고양시도 일산 테크노밸리 조성과 함께,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을 별도 수립 중입니다. 게다가 일산은 GTX-A노선, 고양창릉 개발, 킨텍스 복합개발 등 외부 호재가 겹치고 있어, 신도시 중에서도 ‘정비 이후 미래가 더 뚜렷한 지역’으로 꼽힙니다.

다만 과제도 분명합니다. 가장 큰 리스크는 재산권 양극화입니다. 마두·백석 일부 단지는 최근 거래가가 고점 대비 2억 이상 하락하면서, 조합 설립이나 추진위 진행에 발목을 잡고 있고, 일산서구 저밀도 단지는 현실적인 사업성이 낮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또 하나는 고양특례시 전환 이후 행정절차의 복잡화입니다. 지자체 권한 강화와 국가계획 간의 간극이 커지면, 정비사업은 오히려 더디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산은 분당보다 훨씬 강한 ‘주민의 추진 의지’가 있습니다. “우리 집은 이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미 단지 단위에서 나오고 있고, 일부는 설계사무소와 예비 자문 계약까지 체결한 상태입니다. 이 절박함은 곧 사업 추진의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됩니다. 그래서 지금, 일산은 가장 현실적인 신호가 나오는 1기 신도시이며, 향후 분당보다 먼저 실체적 변화를 보여줄 가능성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