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최초·청년 특별공급, 늘어난 물량만큼 기회도 늘었나
2025년 현재 청약 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단연 생애최초·청년 특별공급의 확대입니다. 정부는 ‘내 집 마련의 사다리’라는 기조 아래 청년·무주택 실수요자 계층에 대한 공급을 대폭 늘렸습니다. 특히 생애최초 특공은 수도권 민간분양에서도 20~25% 수준까지 비중이 늘어났고, 청년 특공은 만 39세 이하, 소득 기준 완화 등을 통해 보다 넓은 범위의 대상자에게 문을 열었습니다. 겉보기엔 기회의 문이 크게 열린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경쟁률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예를 들어, 최근 수도권 인기 단지의 청년 특공 경쟁률은 200:1을 넘는 경우도 있었고, 생애최초 특공은 소득·자산 기준을 겨우 넘는 신청자들끼리 ‘눈치 싸움’을 벌이는 구조로 바뀌고 있습니다. 특히 혼인 여부, 자녀 수, 청약통장 가입기간 등 미세한 기준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확대가 ‘실제 거주를 위한 실수요자’에게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되느냐는 점입니다. 생애최초 특공의 경우, 기존에 아예 청약을 포기했던 무주택자들이 다시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지만, 대출 한도나 실입주 여건이 받쳐주지 못해 막상 당첨이 되어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는 대출 부담이 청약 기회를 실제 내 집 마련으로 연결 짓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현금이 많이 없는데, 대출 때문에 현금이 많이 필요해져서 당첨이 되어도 진행을 못하는 등, 결과적으로 제도 자체는 분명 유리한 방향으로 설계되었지만, 자금 여력과 실거주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좌절을 안겨줄 수도 있는 제도이기도 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기회는 열렸지만, 그 기회를 누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느냐’는 현실적인 차이입니다.
가점제는 여전히 유리한가, 무주택 기간만으론 부족한 이유
가점제는 청약제도의 중심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 기간으로 점수를 매겨 고득점 순으로 당첨자를 선정하는 이 방식은, 한때 ‘무주택자에겐 유일한 희망’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2025년 현재 가점제의 구조는 오히려 많은 이들에게 불공정하다는 인식을 키우고 있습니다. 특히 30~40대 실수요자 입장에선 이미 가점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대 후반에 결혼하고 아이가 둘인 40세 무주택자는 최고 가점 65점에도 도달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수도권 인기 단지에선 여전히 70점대 당첨이 속출합니다. 이는 사실상 ‘부모 도움 없이 시작한 세대에겐 기회가 없다’는 것을 뜻하는 셈입니다. 청약제도의 헛점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가점제의 맹점은 ‘낮은 점수는 기회조차 없다’는 점입니다. 추첨제라면 운이라도 기대할 수 있지만, 가점제는 당첨 커트라인에 미치지 못하면 신청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구조입니다. 특히 가점제 100% 적용 단지의 경우, 실질적인 기회가 없는 수요자들이 시장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반복됩니다. 정부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고 있어, 최근에는 일부 지역에 대해 추첨제 비중을 늘리고, 가점제 적용 범위를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전체적인 청약 제도의 공정성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결국 현재의 가점제는 ‘기다린 자’에게 유리한 시스템이지만, 그것이 ‘능력 있는 자’ 혹은 ‘지금 당장 필요한 자’에게도 유리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추첨제 확대, 청약의 문을 다시 여는 열쇠가 될까
2025년 청약 제도 개편의 또 하나의 축은 추첨제의 확대입니다. 최근 정부는 1주택자라도 기존 주택 처분 조건을 붙이면 민영주택 추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고, 가점제 100%였던 수도권 규제지역 분양에도 일부 추첨제를 도입했습니다. 특히 무자녀 신혼부부나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짧은 사회초년생 등 가점제에서 불리한 계층에게는 ‘한 줄기 희망’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 역시 완전한 해법이 되지는 못합니다. 왜냐하면 여전히 추첨제는 일부 물량에만 적용되고, 그 비중이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10 가구 중 1~2 가구만 추첨으로 당첨될 수 있는 구조에서는, 경쟁률 300:1 속에서 희망을 거는 것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첨제는 ‘심리적 장벽을 낮췄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기존에 ‘나는 가점이 낮으니까 청약은 포기’라는 정서가 컸지만, 추첨제 도입으로 인해 “한 번 넣어볼까?” 하는 접근이 늘고 있습니다. 이는 청약 시장 전체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물론 문제는 추첨제를 활용한 투기성 청약입니다. 가점 경쟁을 피한 일부 투자자들이 일시적으로 위장 무주택 상태를 만들거나, 단기 전매를 노리는 경우가 생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추첨제 확대는 반드시 전매제한 강화, 실거주 요건 강화 등과 함께 묶어야 진정한 ‘실수요자 배려’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즉, 추첨제 자체는 좋은 장치지만, 그것이 시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느냐에 따라 정책 효과는 정반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